그 이후로도 쭉 잇 테익스 투야말로 비대칭 협동 게임의 정점이고 이걸 능가하는 게임은 나오기 힘들 거라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잇 테익스 투 출시 이후 몇 가지 새로운 비대칭 협동 게임이 나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스케일에 있어서나 완성도에 있어서나 잇 테익스 투에 견주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잇 테익스 투가 출시되고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잇 테익스 투를 능가하는 새로운 비대칭 협동 게임 스플릿 픽션(Split Fiction)이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게임을 개발한건 당시 잇 테익스 투를 제작했던 바로 그 개발자와 개발사다. 본인들이 이루어낸 정점을 본인들이 넘어선 것이다.이 두 명의 여성 작가는 각자의 뇌내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를 직접 탐험하게 된다.다만 체감 난이도는 적잖이 어려운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인 잇 테익스 투보다도 체감 난이도가 더 어렵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두 플레이어 모두의 일정 수준 이상의 게임 피지컬과 뇌지컬이 필요한 데다가 서로간의 완벽에 가까운 호흡이 요구될 때도 많아서 그렇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쪽 플레이어의 게임 실력이 떨어지거나 실수가 잦을 수도 있고 퍼즐 해결을 위한 해결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두 플레이어의 호흡이 미처 안 맞을 때도 있는데, 이러면 구간을 넘어가기 위한 시도 회수와 플레이 타임이 그만큼 길어지기 마련이다.이쯤에서 전작인 잇 테익스 투와 비교해보면 자잘한 미니 게임이나 자잘한 상호 작용이 존재하는 오브젝트 같은 추가 요소는 줄어들었지만, 그 대신 비대칭 협동 플레이를 위한 게임 디자인은 더욱 정교하고 세밀해져 한걸음 더 나아간 완성도를 자랑한다. 물론 추가 요소를 사이드 스토리 개념으로 따로 빼둔 덕분에 보기에 따라서는 추가 요소가 결코 모자라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다행이야. 여전히 잘 살아있는 것 같아서,이 게임의 메인 빌런 격이라 할 수 있는 CEO 레이더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레이더가 등장할 때마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바득바득 분노를 드러내면서 자신이 악역임을 그야말로 발악하듯이 온몸으로 표출하지만, 정작 스스로의 사악함에 대한 근거는 다소 모호하게 드러나 언뜻 보면 급발진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도 다분하다. 이렇다보니 게임상에서 묘사된 이야기만으로는 이 자가 악당임을 납득하기가 힘들고, 게임 바깥의 현실과 연결해야 겨우 납득이 가능할 정도다. 이렇듯 두 주인공과 핵심 악당 모두 캐릭터 조형에 조금씩 헛점이 존재하니 이런 캐릭터들이 이끌어나가는 스토리 역시 개연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다. 딱 공상 과학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가상 공간이라는 설정과 두 여성 작가의 협동을 중심으로 한 게임 플레이의 기반을 다진 정도의 스토리 완성도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이선필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과 금명이를 연기한 배우 아이유.ⓒ 넷플릭스 2대에 걸친 두 모녀의 삶을 그린 드라마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의 심금을 건드렸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가 담아낸 1950년대부터 1990년대라는 시간이 비단 특정 공간과 시대를 다뤘을지언정, 그 보편성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 중심엔 애순이와 그의 큰 딸 금명이가 있었다. 1951년생의 애순, 그리고 1968년생 큰딸 금명이는 모두 아이유가 연기했다. 엄마의 과거가 딸의 현재가 되고, 딸의 현재가 또다시 엄마의 현재가 되는 이야기를 가족주의라는 말로 한정할 수 없을 터.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2일 오후 아이유를 만날 수 있었다. 2대에 걸쳐, 한 여성이 자신의 꿈을 꾸고 접고, 딸이 이뤄내는 서사시는 배우 아이유 본인에게도 큰 행복이었고, 영광이었다고 한다.아이유는 드라마가 본격 제작되기 직전 각본을 쓴 임상춘 작가와 만났다. 공식 대본이 나오기 전 임 작가는 아이유에게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길 보여줬다. "애순이와 금명이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는 게 아이유의 첫인상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출연이 성사됐고, 2023년 3월을 시작으로 꼬박 1년의 작업이 이뤄졌다.금명이가 입에 달고 살던 "짜증나"... 이 말의 진짜 의미"대본을 후루룩 읽었을 때 머릿속에 화면들이 다 떠오를 정도로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대사뿐이 아닌 상황이나, 날씨까지 정말 세세하게 표현됐다. 4막 '겨울' 편이 지난 3월 29일에 공개됐는데 그 직전까지 작가님에게 연락을 드릴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정신없으실 테고, 거기에 저까지 말을 보태는 게 실례라 생각해서 자제했는데 마지막 화까지 공개된 후에 참을 수가 없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초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이 판에서 놀아본 게 너무 신났고, 정말 감사하고 여한이 없다. 너무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너무 훌륭한 작품인데 저밖에 못돼서 죄송하다는 말도 드렸다."부담과 도전감이 공존했기에 아이유는 그만큼 더 잘하고 싶었다고 했다. 청춘 시절의 애순, 그리고 금명의 청년기를 연기하기 위해 주어진 대본의 딱 두 배만큼 다른 버전들의 연기를 준비해갔다고. 장년의 애순을 연기한 배우 문소리와 2인 1역이었기에 함께 미리 만나 서로의 감정선을 나누는 과정도 가졌다고 한다. 아이유는 "김원석 감독님께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