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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 가득한 2023 키움 히어로즈 전망 -- 압도적 1강을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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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ELLO 작성일24-09-06 17:38 조회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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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이야 WBC247 항생제 주고 치료하는거니 뭐 대단한 게 있겠냐마는 약간은 어드밴스드한 내용들을 담아서 세균성 폐렴 치료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보호자용 컨텐츠라기보다는 약간은 수의사용 컨텐츠가 될 것 같네요. 멀리서 보면 항생제 먹고 좋아졌어요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런저런 수의학적인 고민들을 한 케이스인데, 이런 내용들은 수의사 머리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생각이니 재미삼아 '그 생각'을 한 번 써보는거죠.​환자는 1-2살 정도의 어린 닥스훈트입니다. 보호소에서 구조된 아이로 마음착한 보호자분께서 8kg 정도 나가던 아이가 단기간에 4kg까지 살이 빠진 걸 보고 안쓰러워서 데리고 오신 케이스였습니다. 잘 못 먹어서 살이 빠지고, 기운이 없는 걸 보니 어디가 아픈 건 맞는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는 잘 모르셨던 상황입니다.​환자는 아주 많이 마른 상태(거의 뼈밖에 없는 상태, 조금 있어보이게 얘기하면 BCS 1)였고, 병원에서 호흡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청진기를 댔을 때 폐에서 좋지 않은 소리가 들렸죠. 기본적인 MDB(minimum database)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됐고, 환자는 혈액 검사와 함께 방사선 검사를 했습니다. 환자의 방사선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내원 첫 날(=보호소에서 데리고 온 날) 환자의 흉부 방사선 사진방사선 사진을 가지고 기관지 패턴(bronchial pattern)이니 폐포 패턴(alveolar pattern)이니 같은 어려운(?)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쉽게 퉁쳐서 폐가 지저분해 보인다고 할 수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만 봤을 때는 폐렴보다는 기관지염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보호소에서 막 구조됐다는 히스토리를 감안하면 기관지염으로 시작된 감염이 폐렴으로 진행됐다고 보는 쪽이 조금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는 어떨까요?검사 항목결과정상 범위ALB▼ 2 g/dL​2.3 - 4ALKP▲ 1,791 U/L​23 - 212ALT74 U/L​10 - 125BUN12 mg/dL​7 - 27Ca8.4 mg/dL7.9 - 12CHOL206 mg/dL110 - 320CREA▼ 0.1 mg/dL​​0.5 - 1.8GGT0 U/L0 - 11GLOB4.2 g/dL2.5 - 4.5GLU▼ 73 mg/dL74 - 143PHOS5.2 mg/dL2.5 - 6.8TBIL0.4 mg/dL​0 - 0.9TP6.2 g/dL5.2 - 8.2알부민 수치가 낮고, 혈당이 아주 미묘하게 낮게 확인되고, 간수치(ALKP)가 조금 높게 확인됩니다. CRE 수치가 낮은 건 말라서 그런가보다(=근육량이 적어서 그런가보다)하고 넘길 수 있었지만, 나머지 것들은 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죠. 간수치는 모니터링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저알부민이나 저혈당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보다...라고 추측됐습니다. CBC 검사 결과도 한 번 WBC247 보죠.검사 항목결과정상 범위BANDSuspec​Hct45.4 %37.3 - 61.7RETIC▼ 6.1 K/uL10 - 110WBC▲ 17.21 K/uL​5.05 - 16.76NEU11.46 K/uL2.95 - 11.64LYM4.4 K/uL1.05 - 5.1MONO▲ 1.21 K/uL​0.16 - 1.12EOS0.14 K /uL0.06 - 1.23BASO0 K/uL0 - 0.1PLT234 K/uL148 - 484백혈구(WBC) 수치가 증가하고, Band cell(호중구가 되기 이전의 세포)이 의심된다고 나온 걸 보면, 방사선 상에서의 변화와 엮어볼 때, 폐렴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던 환자고, 당연히 수화 상태도 좋지 않았다보니 보호자분과 상의 후, 입원 관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입원해서 수액 맞으면서 수화 상태를 개선하고, 항생제를 투약하기로 했습니다. 폐렴 때문에 숨쉬는 게 힘들테니, 산소도 주고요.이렇게 하부호흡기 쪽에 감염이 의심되는 케이스를 정석적으로 접근하자면, 다음 검사는 BAL이 될 겁니다. BAL(=Bronchoalveolar lavage)는 환자를 전신 마취하고, 기도 내에 생리식염수를 쐈다가 회수하는 검사입니다. 회수된 샘플로 세포학 검사를 하거나, 배양 검사를 해서 정확히 어떤 세균이 문제인지 확인하고,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 적합한 항생제를 쓰는 게 가장 교과서적인 치료 방법이죠.​하지만 현실에서 실제 폐렴 진료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폐렴 때문에 호흡이 좋지 않은 환자를 전신 마취한다는 것도 꽤나 큰 부담이고, 검사 비용도 보호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대부분의 폐렴은 가장 루틴하게 처방되는 항생제(=empiric antibiotic)을 주고, 염증 수치나 방사선 상의 모습이 개선되는지를 확인하는 식으로 진료가 이루어지죠.​모니터링에 대한 부분은 잠시 뒤에 알아보기로 하고, 어떤 항생제를 처방해야할까요? 흔히 많이 처방하는 항생제들은 독시사이클린이나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앰피실린, 엔로플록사신, 마보플록사신 같은 약들입니다.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라면, 주사제로 쓰기 좋은 항생제들을 보통 국밥처럼 말아서(?) 주죠.​어떤 항생제가 세균성 폐렴에서 가장 추천되느냐에 대한 레퍼런스는 2017년 JVIM에 올라온 ISCAID(International Society for Companion Animal Infectious Disease)의 가이드라인을 따릅니다.호흡기 질환에서 어떤 항생제를 쓸 것인가에 대한 ISCAID 가이드라인이 기준을 토대로 보면, 이 환자처럼 전신 증상(기력저하, 식욕부진)이 있는 폐렴 환자에서는 엔로플록사신만 단독 사용하거나, 엔로플록사신에 앰피실린이나 클린다마이신을 조합하는 식으로 항생제 치료를 하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가이드라인답게 당연히 BAL을 하라고 하고요)​앰피실린은 꽤 좋은 항생제지만, 보통 8시간 간격 주사를 해야된다는 점 때문에 (그리고 미국에는 없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주사제가 한국에는 있다는 점 덕분에) 비슷한 커버리지를 갖는 항생제로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을 12시간 WBC247 간격으로 주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꽤 많죠. 그래서 상당부분 한국의 폐렴 치료에서 퍼스트 초이스로 선택되는 항생제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에 퀴놀론 계통인 엔로플록사신이나 (혹은 부작용 리스크를 감안해) 마보플록사신을 얹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이게 수의사 컨텐츠라고 처음에 얘기한 건, 이렇게 배양 검사 없이 항생제를 사용하고자 할 때, 어떤 항생제가 조금 더 나은가에 대한 얘기를 심도깊게 해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2015년에 올라온 사람에서의 호흡기 항생제 선택에 대한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논문에 있는 간단한 도식 하나를 가져와보겠습니다.폐포까지 약물이 전달되기 위해 통과해야하는 과정을 표현한 도식항생제를 환자에게 투약하면, 이 항생제가 처음에는 혈액으로 들어가고, 그 이후에는 간질액(interstital space), 그 다음에는 폐포벽을 넘어서 epithelial lining fluid(ELF), 그리고 alveolar cell까지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폐상피세포장벽... 뭐 이런 개념이죠. 폐렴에 효과적인 항생제는 이 장벽을 잘 통과해서 ELF까지 잘 도달하는 항생제를 얘기합니다. 어떤 항생제가 ELF까지 잘 도달할까요? 이것도 저 논문에 있습니다.어떤 항생제가 ELF까지 잘 도달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복잡해보이지만, 개념만 이해하면 그래프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가운데 있는 라인을 기준으로 좌측에 그래프가 그려진 항생제는 혈액에서의 농도가 ELF에서의 농도보다 높은 것들이고, 우측에 있는 것들은 ELF에서의 항생제 농도가 혈액에서의 농도보다 더 높은 것들입니다. (라인에 걸쳐 있는 건 그 혈액과 ELF에서의 농도가 비슷한 항생제들.) 더 쉽게 얘기하자면 오른쪽에 있을수록 폐에서는 좋은 항생제라는 얘기입니다.​이걸 토대로 보자면 퀴놀론 계통의 항생제가 폐에서 농도가 높게 유지되는 적합한 항생제라는 걸 알 수 있죠. 반면 세팔로스포린 계통의 항생제들은 폐에서 썩 좋은 선택이 아니고, 아목시실린이나 클라불란산도 폐에서는 농도가 그리 높게 유지되지 않는 항생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폐렴에서 세파 계통인 컨베니아를 찌르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은 한국에서는 가장 루틴하게 사용되는 항생제이지만, 적어도 이 그래프를 보면 호흡기계에서는 그닥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거죠.​이 환자의 경우, 방사선 상에서 폐렴이 확인된 환자라 폐에서 농도가 높게 유지되는 퀴놀론 계통의 항생제로 마보플록사신을 주사했고, 히스토리나 방사선 상에서의 모습이 기관지염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라는 의심 때문에 독시사이클린을 먹는 약으로 함께 줬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CIRDC(Canine Infectious Respiratory Disease Complex, 통칭 강아지 감기)에서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보데텔라나 마이코플라즈마 같은 세균을 커버하기 위함입니다. (BAL을 WBC247 하지 않은 상황이니 이런 병원체가 있지 않을까 추측을 하는거죠)​앞서 썩 좋은 선택이 아닐수도 있다고 얘기한 클라바목스(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을 보데텔라나 마이코플라즈마를 감안해서 주는 건 어떨까요? 클라바목스는 마이코플라즈마를 커버해주지 못하고, 보데텔라는 커버할 수도 있지만, 저항성을 띄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둘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멸시키는 독시사이클린에 비해서는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한 CIRDC에서 항생제 투약이 추천되지 않는 편이지만, 항생제를 투약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클라바목스가 추천되지 않는 건 그래서입니다.어쨌든 환자는 독시사이클린과 마보플록사신으로 폐렴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약을 정했으니 이제는 치료 반응을 볼 차례입니다. 먼저 일반적으로 한국의 동물병원에서 가장 루틴하게 치료 반응을 보기 위해 모니터링하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죠. 가장 대표적인 건 흉부 방사선입니다. 방사선에서의 모습을 통해 진단한 병이니, 방사선에서 지저분하게 보였던 폐가 깨끗해지는지를 보는 식으로 개선 여부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혈액 검사로 염증 수치를 평가하는데,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최근 많이 보는 건 CRP(C-Reactive Protein)입니다.​이 환자는 CRP를 보지도, 방사선을 매일 모니터링하지도 않았는데, 대신 개선 여부 확인을 위해 CBC 검사를 활용했습니다. 먼저 모니터링 수단으로 방사선 촬영을 하는 부분에 관한 건 꽤나 재밌는 레퍼런스가 하나 있습니다. 논문은 아니고 지난 2020년 IVECCS(세계 응급수의학회)에서 언급된 것(프로시딩 링크, 유료)인데 폐렴에서 방사선을 반복 체크하는 게 큰 의미가 없지 않겠냐는 얘기였습니다. 강연 제목이 강아지 폐렴에서 흉부 방사선을 리첵하는 건 정신나간 일이라고 생각해요(I Think It’s Crazy to Recheck Thoracic Radiographs in Pneumonia Dogs)입니다.2020 IVECCS강연에서는 방사선이 후행 지표라는 점(임상 증상이 개선된 이후에도 시간이 좀 지나야 깨끗해진다는 점, 혹은 반대로 임상 증상이 악화되어도 시간이 지나야 방사선에서 나빠진게 보인다는 점) 때문에 모니터링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고, 검사 비용이 비싸고 환자한테 스트레스를 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폐렴에서 방사선을 모니터링 수단으로 삼는 게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얘길 합니다. 환자의 임상증상이 악화되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치료 방향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굳이 방사선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없지 않냐는 얘기도 하죠.​CRP의 경우는 어떨까요? 염증 수치라고 할 때 가장 대표적인 수치라면 CBC 검사 상의 WBC나 Neutrophil(호중구) 수치가 있습니다만, 이 수치들이 환자의 상태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최근에는 WBC247 많은 수의사 선생님들이 CRP를 보곤 합니다. 오늘동물병원은 몇 가지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면 CRP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이 환자도 그랬습니다. 대신 조금 더 전통적인 방식인 CBC를 봤죠(CRP가 알려주는 정보값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싼 검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치료 과정 중에 환자의 CBC 변화는 이렇습니다.검사 항목1일차 결과2일차3일차4일차6일차13일차정상 범위BANDSuspecSuspecSuspecSuspecSuspec​​Hct45.4 %41.8▼ 36.7▼ 32.3▼ 31.1▼ 30.337.3 - 61.7RETIC▼ 6.1 K/uL▼ 9.2▼ 7▼ 8.5▼ 4.8▲ 235.110 - 110WBC▲ 17.21 K/uL​▲ 17.17▲ 24.71▲ 2514.2514.895.05 - 16.76NEU11.46 K/uL5.57▲ 16.6▲ 19.5210.5710.592.95 - 11.64LYM4.4 K/uL▲ 7.99▲ 5.922.831.121.961.05 - 5.1MONO▲ 1.21 K/uL​▲ 3.6▲ 2.02▲ 2.53▲ 2.21▲ 1.580.16 - 1.12EOS0.14 K /uL▼ 0.010.170.110.350.670.06 - 1.23BASO0 K/uL000.0100.090 - 0.1PLT234 K/uL223247256▲ 486▲ 621148 - 484WBC 숫자만 놓고보면, 4일차 정도까지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기간동안 환자의 활력은 조금씩 더 좋아지고, 식욕도 점진적으로 나아졌는데, 그걸 감안하면 WBC가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죠. 하지만 숫자가 아닌 그림을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CBC를 볼 때, 숫자만 보면 하수고, 그래프를 보면 중수, 혈액 도말까지 하면 고수...가 아닐까 싶은데, 저는 중수 정도는 됩니다. (고수는 저와 달리 성실하고 귀차니즘이 없는 사람만 가능한 영역...) CBC를 볼 때 늘 함께 보게 되는 건 Dot-plot입니다. 검사 장비에서 확인하게 되는 이해하기 어려워보이는 그래프를 Dot-plot이라고 하죠. ​이 환자의 첫날 CBC 검사 상의 그래프(Dot-plot)은 이렇습니다. (여기서부터의 설명은 수의사들이나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첫날 환자의 WBC를 보여주는 Dot-plot숫자만 보면 되지 왜 이렇게 그래프까지 봐야하는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혈액 검사 장비가 뱉어주는 측정값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백혈구를 보여주는 dot-plot에서 x축은 세분성(granularity), y축은 형광성(fluorescence)를 뜻합니다. x축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표시되는 점들은 세포가 복잡한 것들을 뜻하고, y축을 기준으로 위쪽에 표시되는 점들은 RNA나 DNA가 많은 것들(=미성숙한 세포들)을 뜻하죠. 이 둘을 토대로 혈액검사장비가 이건 호중구고, 저건 림프구고, 이건 호산구야...라고 생각하는 걸 색으로 구분해서 그래프 위에 점으로 뿌려주는 겁니다. (쓰다보니 수의사들도 관심없는 얘길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다는 현타가 잠깐 오는군요.)​이 기준으로 아래에 깔리는 주황색 점들은 unlysed red cell로 무시해도 되는 부분, 초록색 점들은 과립 때문에 생긴게 복잡한 WBC247 호산구, 보라색 점들은 적당히 복잡하면서 분화는 아주 잘되어있는 호중구, 파란색 점은 무언가로 분화할 수도 있는 림프구, 가장 분화 정도가 덜한 단핵구는 빨간색 점으로 표시됩니다.​보통의 경우는 이 점들의 영역이 비교적 잘 구분이 됩니다만, 염증이 생기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염증 상태가 되어서 몸에서 호중구가 많이 소모되기 시작하면, 미성숙 호중구들이 체내에 많아지게 되는데(수의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이런걸 좌방 이동(left shift)라고 한다는 걸 학교 다닐 때 배웁니다), 이 미성숙 호중구들은 상대적으로 성숙한 호중구에 비해서 분화가 덜 된 세포들이니 그래프의 위쪽에 찍히게 됩니다. 호중구의 바로 위쪽에서 비슷한 형광성을 가지면서 분화가 덜 된 세포로는 파란점으로 찍히는 림프구가 있는데, 호중구가 염증 때문에 미성숙한 세포가 많아지면, 기계가 이 미성숙 호중구와 림프구를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환자의 둘째날 혈액 수치를 보면, 림프구가 7.99, 호중구가 5.57로 확인되는데, 둘째날의 WBC dot-plot을 보면 이렇습니다.환자의 둘째날 WBC Dot-plot호중구와 림프구, 그리고 심지어는 일부 단핵구까지 비슷한 형광성과 분화도를 가지면서 구분되는 걸 볼 수 있죠. 이런 경우 CBC 장비가 뱉어주는 수치값은 거의 가치가 없습니다. 기계가 미성숙 호중구를 분화도 문제 때문에 림프구로 잘못 측정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죠. (물론 여기서 이 dot-plot을 보고, 혈액 도말로 미성숙 호중구를 카운팅하는 사람들이 CBC 고수입니다만... 중수인 저는 걍 폐렴환자니까 염증이 심한가보네...하고 앞으로도 중수에 머물기로 결정합니다.) 림프구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확인되는데, 이게 정말 림프구가 많아진건지, 아니면 미성숙 호중구를 기계가 잘못 카운팅한건지를 고민해야한다는 얘기죠. (이 고민의 단초를 제공해주는 게 dot-plot입니다.)​이 내용을 알면, Dot-plot을 이용해 염증이 얼마나 개선을 보이는지를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심한 염증 상태에서 좌방 이동 때문에 저런 그래프가 나오는 건데, 염증이 개선되면서 좌방 이동 정도가 줄어들면, 그래프도 정상에 가깝게 변해가기 때문입니다. 파란색 림프구 영역을 침범하는 보라색 호중구가 점점 적어지기 때문이죠. 이걸 그래프로 보면, 파란색 점과 보라색 점이 맞닿는 부분의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는 걸 보게 됩니다. 환자의 WBC Dot-plot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면 이렇습니다.좌측부터 시간 순서대로 환자의 WBC Dot-plot 변화시간 순서대로 보면, 파란색과 보라색 점이 맞닿는 부분의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파란색 점과 보라색 점이 거의 따로 구분된다는 WBC247 걸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있어보이게 의학용어를 쓰자면, 미성숙 호중구의 수가 줄어들고, 좌방 이동이 개선됐다고 말할 수 있죠.​이처럼 염증이 심한 환자들에서는 이 기울기를 토대로 환자의 개선 여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숫자와 달리 환자의 임상 증상이 개선되는 것과 기울기가 완만하게 변하는 것도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죠. 이런 걸 보게 되면 CRP 같은 급성기 염증 단백질을 진단이나 모니터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하수는 모르는 중수의 영역인데, 고수의 영역은 제가 넘볼 수 없는 무언가가 또 있지 않을까 싶네요)이 케이스는 재밌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알부민에 대한 내용입니다. 치료 기간 동안 환자의 알부민 수치 변화를 보면 이렇습니다.검사 항목1일차 결과2일차3일차4일차6일차13일차정상 범위ALB▼ 2 g/dL​▼ 1.9▼ 1.8▼ 1.7▼ 1.9▼ 2.22.3 - 4첫 날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던 보호소 환경 때문에 그렇겠거니 했는데, 병원에서 먹을 걸 챙겨주고 수화상태를 개선시켰는데, 4일차까지 지속적으로 알부민 수치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저알부민혈증은 알부민이 영양실조나 간부전으로 안 만들어지거나, 체내에서 신장이나 장으로 많이 빠져나갈 때 생기게 되는데, 잘 먹였는데 계속 떨어지니까 이상하다 싶어 부랴부랴 추가 검사를 했죠. 입원 기간 동안 소화기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기에 UPC(단백뇨) 수치를 봐서 알고보니 PLN(단백소실성 신장병증)이었던 건 아닌가를 확인하려했습니다. 입원 3일차 환자의 UPC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검사 항목결과UPC1.97강아지에서 UPC의 정상 범위는 0.5 미만이라고 보는데, 1.97로 꽤 높은 수치가 확인됩니다. 이걸 어떻게 판독해야하는가도 잠깐 고민을 했는데, 통상 저알부민혈증을 유발할 정도의 단백뇨가 나오는 거면 UPC가 5.0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기 때문에 1.97이면 이게 저알부민혈증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단백뇨는 신장에 병적인 문제가 있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기능적 단백뇨(functional proteinuria)라고, 전신적인 문제로 신장의 투과성(permeability)가 달라지면서 생기는 단백뇨도 있습니다. 전신 증상을 동반하는 폐렴은 혈관 투과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죠. 그래서 UPC가 일시적으로 올라갔겠거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나중에 병이 완전히 나은 후 UPC를 다시 검사해봤고, 그 때는 0.2 미만으로 정상적인 수치를 보여줬습니다.​잘 먹였고, 환자의 상태도 점차 좋아지고 있는데, 알부민엔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요. 추측의 영역이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잘 먹였지만, 아직은&quot충분히 잘 먹이지 WBC247 못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고, 또 하나는 급성기 염증 단백질로서 알부민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CRP 같은 acute phase protein의 하나로 알부민을 생각하는 겁니다. 알부민은 (실제 임상적인 활용도는 거의 0에 가깝지만) 염증 상태에서 수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급성기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 아미노산을 써야하니까, 상대적으로 알부민이 덜 만들어지는 개념인데, 이 케이스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측면으로 저알부민혈증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거죠.​또 다른 측면은 알부민의 보충이 부족하지도, 빠져나가는 양이 많지도 않다는 전제 하에 알부민의 재배치(redistribution) 문제 때문에 일시적인 저알부민혈증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폐렴처럼 전신적인 염증 상태에 빠지면, 혈관의 투과성이 변화하면서 알부민이 혈액 내에서 간질액 쪽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재배치 문제가 생기는데, 이 환자의 경우는 그럴 소인이 있었으니 UPC가 그렇듯, 알부민도 일시적으로 수치가 아래로 튀었을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아마 이런 요인들이 어느정도는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알부민을 낮게 만들었겠지만, 이런 추측을 했다면, 알부민 수치가 떨어지는 것에 너무 긴장하지 않게 됩니다. 높은 UPC를 보고 놀라서 단백뇨약을 먹이지도, 휴먼 알부민을 보충해주지도 않고, 폐렴 치료에 집중하면서 잘 먹이는 쪽으로 치료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거죠. 잘 먹여서 보충해주고, 염증을 개선시켜서 혈관 투과성을 정상으로 수복하면, 알부민은 덩달아 다시 올라갈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당한 비유는 아닐지 모르지만, 멀리서 봤을 때는 환자가 항생제 치료 받고 좋아졌으니 희극이고, 이렇게 수의사 머리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수의사 개인에겐) 비극이죠.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 고민을 혼자서 머리싸매고 하는 거니까요. 이런 내용들은 너무 전문적인 얘기들이고,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보호자분들에겐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들입니다. 우리 애가 폐렴에 걸렸는데, 백혈구의 분화도와 복잡성을 알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요.​환자는 잘 회복해서 지금은 살도 찌고, 행복한 견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보호소에서 아이를 보고 병원에 데리고 와주신 보호자분이 없었다면, 보호소에서 폐렴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좋은 보호자분을 만난 덕에 견생역전에 성공했죠. 처음에는 병 때문에 기력이 없어서 엄청 착하고 순한 강아지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완전 말썽꾸러기가 됐다는 얘길 전해들었습니다. 건강해진 아이가 집안 살림살이를 망가뜨릴 때면 보호자분에겐 비극이겠지만, 멀리서 건강해진 강아지를 구경하는 수의사에게는 WBC247 희극이랄까요 :P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 104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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